
[네이버에서 '갈등'으로 찾은 이미지]
나에게 무엇인가 갈등이 생겼을 때,
나 자신과 누군가의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나와 조직 사이에서 갈등이 있을 때.
이 때 그 갈등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
그 지점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설명하거나,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단초들이 있겠으나, 갈등 상황에서 보여주는 면면들 만큼 그 사람의 인성과 성장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없다.
약속 장소에 바삐 가는 길에 교통 정체가 발생했거나,
아내와 육아를 어떻게 할 것이냐로 의견 다툼이 생기거나,
회사에서 지나치게 많은 업무 부담을 주어 힘들어진 상황에서...
나는, 당신은, 무엇부터 비난하거나, 무엇부터 고치면 대안이 나올 것이라 볼 것인가?
막힌 길을 보며, 서툴게 운전을 해서 교통 정체를 만든 초보 운전 기사님을 탓할 것인가?
육아는 아이 엄마가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내에게 서운한 맘을 드러낼 것인가?
주어지는 봉급 보다, 옆에 있는 동료보다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주는 상사와 조직의 이기적인 모습을 탓할 것인가?
조금만 일찍 나왔으면, 다른 길을 갔으면 약속 시간에 제때 도착할 텐데...
내가 조금 더 육아를 도와주면, 아이 엄마도 여유를 찾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말을 더하고 즐겁게 놀아줄텐데...
내가 많이 힘든 것을 잘 표현을 못 했고, 조금 덜 중요한 일을 빨리 쳐내서 효율성을 높이고, 일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는 내 성격을 바꿔야할텐데...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점에서 갈등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예전부터 난 누군가를 탓하는 것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대안을 찾는 것에 익숙해졌다.
즉, 문제나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그 원인과 대안을 문제 그 자체나 상대방, 또는 조직에서 찾지 않고
내가 고칠 수 있는 것,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에서 원인과 대안을 찾으려 했다.
그게 편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나에게 적합하다고 믿는다.
남을 바꾸기는 어렵다.
남을 바꾸기 위해서 긴 시간 이야기하고 논쟁을 벌이는 것도 어렵다
그 지리한 시간을 들여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도 어렵다
나를 바꾸는 것도 어렵지만, 그건 나만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나부터 무엇인가를 바꾸고, 하겠다고 했을 때, 상대로부터 어떤 변화를 요구하기 쉬워진다.
나도 이만큼 할테니, 너도 이만큼 해.
큰 기업에 와서, 많은 갈등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과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는 것이 올 바른 것인지 조차 의심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어느 덧 누군가에게는 호구잡히는 면모가 된 것도 같다.
어려움이 있을 떄 마다, 상대와 길게 논쟁하지 않고, 명확하게 R&R을 따져 업무를 나누지 않고,
뭐 내가 하지라는 태도로 맡아온 일들이 나를 옥죄어 온다. 내가 속한 팀을 옥죄어 온다.
조직으로부터 별다른 대우를 받는 것도 없이 나름 열정으로 성과를 내온 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
김남중 니가 정말 일을 잘 하니까, 이것도 해줘. 저것도 해줘.
조직을 비난하거나, 상사를 탓하지 않고 내가 분발하려고 했던 것들이 오히려 나란 사람이 동료로부터 조직으로부터 호구 잡히는 꼴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생각 해본다.
힘들지만 묵묵히 일을 해 내면, 그 만큼은 할 수 있구나 싶어 또 일을 준다. 나를 위해 일을 잘 해야 하는 것인가? 못 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분명한 것은 내가 살아온 가치관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짧게, 그 생각들, 그 행동들이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긴 시간 만들어 온 그 생각과 가치관 위에
덧칠을 하고,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것이 처음부터 그렇지 않게 살아온 것보다 바르다는 믿음이 있다.
문득, 과중한 업무와 항상 부족한 내 가정의 삶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현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겠으나,
살아가며 치열하게 구도를 하듯,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한다고 믿는다.
간만에 포스팅이다.
분명, 내가 모시고 있는 누군가 이야기 할 만한,
지금의 어려움이 나를 단련 시킬 것이고,
지금의 바쁨이 내 역량을 넉넉하게 만들 것이며,
지금의 고민이 다음에 보다 빠르게 답을 찾는데 나침반이 될 것이다.
이미 선배들이 같은 상황 속에서 나름의 답을 찾아,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이겠지...
그냥 지금 이순간의 고민을 갈무리 해두고 싶다.
2015.7.7 출근하는 버스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