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시간을 들여 영화를 찾았다. 영화를 같이 볼 사람에게 보면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동네 친구 녀석이랑 영화를 보는 거였다면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을 봤겠지만, 아직은 조심스럽고 예의를 갖춰야 하는 사이에서는 이런 영화가 ‘딱’ 이겠다 싶었다. 응. 나도 재미있게 봤고, 같이 영화를 본 사람도 많이 웃었다. 그럼 된 거다. ㅎㅎㅎ
영화는 잔잔히 계속 미소 짓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미국 영화에서도 일본 영화 같은 잔잔함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너무 영화를 보는데 있어 편식하는 경향이 있었나 보다.
사전에 내가 얻은 영화에 대한 정보는 ‘로드무비’라는 것과 ‘임신을 한 여자친구와 남자가 몇 개 지역을 돌면서 앞으로 살아갈 곳을 찾는 과정에서 가족의 정의와 살아가는 방식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유모차 부분이 제일 웃기다’는 것이었다. ㅎㅎㅎ 정말 그랬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적, 사회적 환경이 배경이기는 하지만, 젊은 예비 부모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불안해 하고, 그래서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길을 찾아간다는 것은 어디나 비슷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는 인상적이고, 따뜻하게 기억이 남을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처음 번듯한 직장도 없고, 모아 놓은 재산도 없는 자신들이 루저가 아닌가 여자친구가 자꾸 묻는 장면에서 우리네 많은 젊은 부부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나만하더라도 대학을 나와 직장을 얻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보면 아직은 이루어 놓은 것도 어떻게 살겠다는 계획도 명확하지 않아, 인생의 승리자라고 말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남자 주인공의 형수가 집을 나갔다는 것을 알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기 위해 주인공들이 사랑의 맹세를 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삶의 어떤 피곤함이 있었는지 그 것을 이기지 못 하고 아이를 버려둔 채 집을 나간 형수를 보고, 주인공들은 자신들 역시 어느 날 그렇게 될까 봐 걱정하고 화를 낸다. 사실 모든 일들이 즐겁고 재미나서 시작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 힘들고 지루해져서 그 일을 끝내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쉽게 시작한 것을 간단히 끝내면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아마 가족을 이루는 것이 그럴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떠나지 않겠다는 맹세. 짓궂게 놀리지 않겠다는 맹세. 아이의 이야기에 언제나 귀를 기울여 주겠다는 맹세. 그런 맹세들을 주고 받는다. 그렇게 소소하지만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맹세를 주고 받으며 마음을 편히 하며 잠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에는 각기 개성이 다른 가족들이 나와서 각기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 가족들이 미국의 가정을 대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트가 있고 보기에 불편하지 않은 장면들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감독이 각 가정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음미 해보고도 싶지만, 너무 오랜만의 포스팅이어서 그런지 길게 주저리는 것이 어렵다. ㅋㅋ
하여튼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본 것 같다. 즐거운 저녁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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