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문득 아이들에게 교육 목적으로 내가 어릴 적 읽었고, 내 인생에 은근히 큰 영향을 미쳤던 만화책들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만화책이 아이들에게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고, 그 외에도 읽혀야 할 많은 책이 있는 관계로, 만화책에 주목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만화책은 참 쉬운 문학으로 아이들이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고, 또 내가 자란 양상을 생각해보면, 만화의 전반적 주제인 권선징악 및 어려움이 있어도 긍정적인 자세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원하는 것을 얻게된다는 삶의 태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좋은 이야기 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 보다는 내가 읽었고, 나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만화라면 아이들이 읽고 무엇인가 이야기를 한다고 할 때 같이 논의하고 내 소감을 표현하기도 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와 소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아내가 이미 많은 책을 아이들을 위해 사주었는데, 아직 내가 못 본 책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걸 어떻게 다 읽나 싶다. 그렇게 아이가 보는 것과 내가 아는 것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보다는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을 아이에게 경험하게 하는 것도 꽤나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

하여간 그래서, 내가 어릴적 읽었고, 또 내 아이들에게 읽혀도 좋겠다 싶은 만화책들을 좀 리스트 업 해보려 한다.

[닥터슬럼프] (초등학교 저학년용)
- 만화의 틀을 벗어난 상상력과 재미난 소재로 아이들도 쉽게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내가 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 이건, 한국어, 일어, 영어로 된 책을 구해서 아이에게 주고 싶다.

[드래곤볼] (초등학교 고학년용)
- 도리아마 아키라의 또 다른 대표작
- 우리 시절 남녀를 불문하고 드래곤볼을 모르면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손오공의 꾸준한 노력이 그를 천하제일로 만들었다는 뻔한 스토리 흐름과 남자 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격투물의 전형
- 약간 폭력적이 된다고 엄마들은 우려할지 모르지만, 드래곤볼 보고 사람이 폭력적이 된다면, 우리 나라 현 30~40대 남성은 다 조폭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

[터치 및 H2] (중학교 이상)
- 나에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식을 가르쳐준 만화
-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를 통해,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굉장히 동양적인 연애를 담았다.
- 사실 아다치 미츠류 작가만의 유머 코드 또한 내가 많이 좋아한다
- 아이들이 보기에 폭력서요ㅕㅗ 제로인 만화 (주인공 또는 주인공 친구들이 약간 야한 것을 밝히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럴 수 있다. ^^)

[하나마루텐] (초등학교)
- 볼품 없고, 힘없는 주인공 하나마루가 유도를 하면서, 유도 천재 친구와 끈임 없는 노력과 라이벌 의식이 주인공을 점점 성장시키는 스토리
- 당연히 어린이 만화답게 뻔하지만, 뭐 어떤가 어려움이 있지만, 주인공이 부단히 노력하고, 그 만큼 성장해서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것이... 지금 다 성장해서 겪는 사회에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나의 아이들도 만화의 주인공처럼 어려움은 어려움일 뿐이고, 그저 그 뒤의 밝은 성취를 기대하며 더욱 분발할 줄 아는 캐릭터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이나중탁구부] (고등학교 고학년, 대학생 이후)
- 마이너 유머 코드의 결장판
- 난 이 만화 너무 좋아한다. 처음 이 만화를 접했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ㅋㅋㅋ
- 세계 똥침 월드컵... 이 만화가 교육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이 만화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 만큼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으로 이해될 때, 나의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고, 또한 이런 만화까지도 치우침 없이 순수하게 받아 들이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적어 두는 것이다.

[도라에몽] (초등학교)
- 도라에몽을 다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권의 만화로 내가 초등학교 때 도라에몽을 접했던 기억이 있다.
- 도라에몽의 주머니 속에서는 참 다양하고 신기한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초석이 되어 줄 것 같다.
- 아직도 연재가 되는 것 같은데.... 아마 일본에서는 여전히 도라에몽이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로 그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무인도 표류기] (초등학교 고학년)
- 일본에 지진이 나서, 주인공 혼자 살아 남아야 하는 상황을 그린 만화다
- 이 만화를 통해서 서바이벌에 대한 얇팍하지만, 다양한 지식을 얻었다. 아마, 작가 나름데로 정확한 만화를 그리기 위해 조사를 많이 했을테지...
- 이 같은 만화를 보며 얻은 다양한 '앎'은 내가 성장하는데도 참 많은 보탬이 되었다.
- 내가 겪어보지 않은 삶을 살아보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책이나 영화의 큰 역할이라고 할 때, 이 만화 역시, 아이들이 겪어 보지 않은 혼자 살아 남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간접적 체험을 제공할 것 같다.



출근 지하철 종착역이 다 왔다.
일단 여기까지 쓰고, 생각을 좀 더 해서 이야기를 이어 가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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