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녀석에게 힘든 일이 있었다. 정확한 사정은 듣지 못했지만, 대략의 내용은 이런 것 같다. 녀석이 무엇인가에 기대했던 것이 있었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자신에게 돌아온 상처가 컸고, 동시에 개인적 사정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또한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즉, 여러 가지 악재들이 겹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그것을 이기지 못한 자신에 대한 실망도 있었다. 후배는 결국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환경을 과감히 정리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재정비 하던지, 아니면 어려움을 무릅쓰고 원래의 환경 속에서 다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 같다.

어떻게 보면 모든 문제는 복잡한 듯 보이지만, 항상 두 가지 답 안을 두고 갈등 하는 것이다. Go or stop 또는 do or don’t. 즉, 하던지 말던지로 요약된다. 예를 들어 남녀 사이의 문제도 결국 모든 싸움은 계속 사귀는가와 그만 만나는 가로 귀결된다. 힘든 것이 크면 헤어지는 것이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로 계속 사귈 수 있도록 행동하게 되어 있다.

또한 대부분의 문제의 답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 가장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도 자신이고,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것도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언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고, 조언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가 당사자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누군가 내 곁의 사람이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문제를 바라보는 균형 있는 시각을 제시하고, 그 사람 마음 속에서 듣고 싶어하는 답을 건네주려 한다. 물론 아무리 들어도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식의 답을 지지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아는 그 사람이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고 내가 그를 믿을 수 있다면, 그의 결단을 존중하고 싶다.

이번에 고민을 하고 있는 후배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 녀석은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녀석이고, 또한 언제나 문제를 긍정적인 자세로 바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아직은 어리지만, 그 만큼 열정이 있고, 그 만큼 용기도 있다. 그래서 그 녀석이 무슨 답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그 답이 내가 희망하는 답이던 그렇지 않던 그 녀석의 결정을 존중하고 싶다.


하지만, 단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아직은 어린 후배인 만큼 자신에게 걸린 부하를 못 이기고 도망가는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Go or stop. 무슨 답이 되었던지 지금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도 또 시간이 지난 후에도 결정에 후회가 없도록 스스로 납득 할만한 결정을 내리길 바라는 것이다. Stop을 한다고 비겁한 것도 아니고, go를 결정한다고 무모한 것도 아니다. 둘 다 자기가 결정한 것이고 최선을 다한 결정으로, 그것을 행동에 옮기면 되는 것이다.


나도 아직 젊다. 정말 힘든 상황에서 좌절을 겪고, 정말 무엇인가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찾아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때 그냥 힘들어서 도망가는 내 자신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어떤 일에서의 도망치는 것은 버릇이 된다. 또한 어려운 일에 대해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는 것 역시 습관이 되고, 연습이 된다. 때문에 좋지 않은 습관이 될 것은 시작도 하고 싶지 않고, 내 후배 역시 그런 나쁜 습관은 배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20대의 어린 나이에 벌써 힘든 경험을 했다면 그건 축복할 일이다. 다만 그것이 진정으로 축복할 일이 되려면 어려운 일을 힘들게라도 이겨내는 경험을 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힘든 일을 겪고, 그것에서 도망치는 기억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후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은 내 스스로에게 훈계를 한 것 같다.
지금 난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다. 사실 엄지 발가락의 탈구가 큰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 한창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석사 1학기 3월을 느슨한 마음가짐으로 보내게 된 것이 더욱 큰 손실이라 생각한다. 후배에게 말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또 다칠 수 있고, 병원 신세를 져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 질지 모른다. 그런데 이미 지금 깁스 때문에 공부할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목발을 짚다 보니 힘들다는 식의 핑계를 대며 나의 나태함에 핑계를 대고 있다. 이런 것이 습관이 된다면 미래에도 역시나 나 자신과 타협을 하며 나태해질 것이 뻔하다. 후배에게 어려움을 이기는 것을 배우라고 말 했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이 글을 쓰다 보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왜 신은 내게 후배와 그렇게나 긴 이야기를 하게 했는가 알 것 같다. 두시간 정도의 대화는 후배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후배도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결정을 하는 연습을 하길 바라고, 나도 지금의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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