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왠지 모르게 어제 봤던 영화 ‘게이샤의 추억’ 장면들만 어둡게 떠오른다.

나는 우울함을 대처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언제나 밝게만 살아왔고, 항상 웃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우울했던 적이 많지 않은 나는 꼭 홍역을 앓아보지 못해 면역이 없는 것처럼 우울함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내가 잘하는 것들도 많다. 많이 해봐서 잘 하는 것도 있고, 많이 걸려봐서 잘 극복하는 병도 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발견해서 보는 것도 난 잘 할 수 있고, 잘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도 잘 할 수 있다. 윗사람을 존경하는 눈으로 인사하는 것도 잘 할 수 있고, 히어로즈 오브 마이티앤매직이란 게임도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몇 가지를 못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난 내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못하고,
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들을 생각해둔 시간안에 하지 못하고,
난 내 안 깊숙이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난 연애를 못한다.

내가 못하는 이런 몇 가지 일들 때문에 기분이 안 좋다.

난 내가 한 행동과 말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난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난 주변 누구에게도 후회스런 일들이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다른 것은 몰라도 연애와 관련해서는 내 자신의 언행에 후회한 적이 많다.
왜 그렇게나 내 감정을 작게 포장하려고 노력했는지, 왜 수동적인 자세로 상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는지, 왜 실패를 두려워하며 용기를 낼 생각을 못 했는지,
지금에 이곳 나의 공간에서는 쏟아 내고 싶다.

가까운 미래에 내가 이 글을 다시 읽고, 씁슬한 표정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후회가 내일의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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