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그 동안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었다.

언제나 이상하게 여긴 것은 난 착한데 우리 어머니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나를 착하다고 말해준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난 착한데, 왜 사람들은 나를 착하다고 말을 안 할까?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들이 있다.

우선 첫 번째로 난 사실 안 착한데 나만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난 그래도 착한 쪽에 속하는 놈이라 생각했다.
남에게 상처 주는 것을 싫어하고, 욕도 잘 안하고, 남의 부탁도 잘 거절 못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을 좋아해서 언제나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줄 궁리를 한다.
또한 이성적 판단을 가지고 언제나 옳은 행동을 하려고 했다.
이 정도면 나만 착각한 것은 아니라 본다.

그렇다면 남이 보기에 착한 요소가 부족한 것이 분명하다.
난 잔머리가 잘 돌아간다. 멍청하게 행동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고, 내 행동을 내가 제어하지 못하면 견딜 수가 없다.
즉, 겉으로 봤을 때 제 앞가림을 잘 하는 타입이고, 말 한마디를 해도 톡 쏘는 말을 잘 한다.
이런 면이 나를 착한 사람과는 거리를 멀어지게 한 것 같다.

아마도 지금 이런 분석적인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결국 난 내 기준에서 착한 사람이지만, 타인의 기준에서 착한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몇몇 사건을 겪으면서 나마저도 내가 착하다고 말하기 힘들어 졌다.


첫 번째 사건은 꽤나 오래 전 일이었다.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 플랫폼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쓰러졌다.
간질 같은 병인 것 같았다.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몇몇은 도움을 주려고 나섰다.
내가 타려고 하는 지하철이 왔다. 난 순간 망설였다.
나도 도와줘야지 않을까? 아니면 이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로 가야 하는가?

결국 난 지하철을 탔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 아픈 사람 주변에 있다는 것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약속장소로 가는 내내 내가 착한 놈이냐는 고민 때문에 힘들었다.

그 날 이후로 난 내가 착한 놈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내가 내려야 하는 낙성대역에 도착하기 몇 분 전에 내 근처에 있던 아가씨가 픽 쓰려졌다.
뒤로 쓰러진 체 눈을 껌벅거렸던 것을 봤을 때, 저혈압으로 쓰러졌던지 했을 것 같다.
앞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바로 아가씨 괜찮냐며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아가씨를 일으켜 세워 자리에 앉히는 것을 난 도왔다.
하지만, 지하철 문이 열리자. 난 살짝 고민을 한 뒤, 내렸다.

오늘 아침도 과연 내가 진짜로 착한 놈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렇게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이것저것 고민을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두 번의 사건을 통해 하나의 결단을 내렸다.
처음 두 번은 처음 겪는 일이어서 당황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못 내렸지만,
다음부터 누군가 위급한 상황 속에서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도움을 주자고 생각했다.
또한 신께 다음에 그런 일이 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도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정했다.
선행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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