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의 포스터. 돌편지라고 해서 주고 받는 돌의 크기와 샘김새를 통해 자신의 안부를 전한다며 부인에게 조약돌을 건네 주고 있는 주인공
주말 낮에 하는 영화 소개 TV 프로그램을 보고 영화를 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오랜만에 저녁 일찍 끝나 동네 롯데 시네마에서 누나와 친구까지 해서 셋이서 봤다. 지금 말 한 것처럼 애매한 조합으로 봐도 좋은 영화였다. 로맨스도 아니고, 액션도 아니고... 그냥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으니까.
난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그들의 작고 아기자기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제와 표현들이 좋다.
우리나라나 헐리웃의 영화와는 다른 미학이 있다.
생각해보면 국내의 경우 장진식 유머가 좀 유사한 것 같다. 난 장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굿바이도 그런 영화였다. 차분하면서 중간 중간 웃음의 요소가 적절히 배치된. 그리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소제의 표현. 짧은 2시간 안에 너무 많은 내용을 넣느라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 어려운 영화도 아니었다.
"납관사"이라는 생소한 직업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직업이 있을까? 유족들 앞에서 고인을 정성스레 염해주는 전문직이 있나? 아마도 영화에 나오 듯이 대충 대충 고인을 관에 집어 넣기에 빠빴던 장례 도우미 같은 사람들만 있지는 않을까?
장례란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사람의 주검과 같이 태우기 위한 관과 옷가지 등을 고인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더 비싸고 좋은 것으로 하려고 한다. 과거에도 그랬다. 부자들은 무덤 속에 온갖 보물들을 같이 묻었다. 어릴적에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도굴꾼이 생기는 것이지라고. 하지만, 영화를 보면, 정성스레 고인의 몸을 닦고, 생전의 얼굴처럼 아름답게 화장을 해주고, 평소 자주 쓰던 스카프를 매어주는 모습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위해 고인을 치장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물론 고인에 대한 예와 함께.
주인공이 고인을 염하는 모습.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숨어있는 유머가 아주 재미있었다. ㅋㅋㅋ(여자가 여자가 아니었다.)
영화는 납관을 위해 주검을 치장하는 모습을 배경 음악 없이 보여준다.(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귀에 안들어온다.) 그 모습에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손 동작 하나 하나를 클로우즈업해서 아름답고, 진중하게 보여준다. 일본인들이 작고 다양한 직업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이런 모습이 많이 부럽다. (이런 영화를 통해 난 다양한 직업의 어려움과 의미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된다.)
일본인들에게도 직업의 귀천은 있다. 영화에서도 그런 것은 잘 드러난다. 모두가 하찮아하고 아내도 기피하는 납관사니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들판에서의 첼로 연주. 주인공은 첼로 연주를 통해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소화하고 이해해가는 것으로 보였다. 일종의 사색의 순간으로 이해되었다. 부인이 자신을 잠시 떠났지만, 납관사라는 직업에 점점 빠져들어 가는 모습이었다.
주인공이 들판에서 첼로를 켜는 것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장면이 있었다.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우선 음악과 카메라 움직임이 굉장히 역동적이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며 나타나는 시골 풍경이 영화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의 첼로 음악에 많이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야마자키 츠토무)으로 영화마다 멋진 연기를 보이는 배우
이 아저씨 어디서 봤다 했더니, 영화 'GO'에서 주인공의 아버지 역할을 하셨던 분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어쩌면 저정도 나이에, 저정도 외모면 어쩌면 영화의 철학적 요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는 이미 충분한지도 모른다.
두서가 없는 영화 감상평이 되어버렸다.
영화는 정말 잔잔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누구와도 함께)
이제 영화관에서는 내렸을 것 같은데, 기회가 생긴다면 보기를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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