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일본판 포스터

제목: 하나 (花よりもなほ: More Than Flower, 2006)

다음은 '하나'를 보고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찾은 Bitter Sweet님의 영화평이다.
(내가 모르는 영화 배경 설명이 있어서 원문을 그대로 옮겨왔다.)

원제는 花よりもなほ.

사무라이 '소자'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빈민촌에 자리를 잡는다.
소자의 이야기와 함께 얽혀 돌아가는 것은 그 유명한 추신구라 이야기.

원수 갚음을 하느냐, 안 하느냐 라는 건 사무라이에게는 존재의 의미, 혹은 가치와도 동의어.
그러나 때는 도쿠가와 츠나요시의 시대 - 태평성대를 맞이하여 더 이상 전쟁은 없고 동물을 애호하는 쇼군 덕분에 개가 가마를 타는 시대다.
더 이상 무사는 선망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 시대의 가운데에 도장 내에서만 검을 써본 심약한 사무라이 소자가 있다.

가장 와닿았던 대사는 이거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검 만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남겨준 것이 단지 증오뿐이라면, 죽은 아버지는 기쁠까?
자기 안의 증오를 더욱 큰 것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깜찍한 연극.

추신구라 사건으로 인해 다들 떠들썩해진 와중, 글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요시보를 보고 활짝 웃는 소자의 웃음이 잊혀지지 않는다.


덧. 추신구라의 내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아마도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을 듯.
수없이 많이 극화된 유명한 사건인데다 그것이 당시 태평성대에 꺼져들어가던 사무라이의 혼을 일깨움으로서 현재까지도 매우 어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늘 진지하고 아름답게만 그려지던 아코우번의 로닌들을 다른 각도에서 그려냄으로서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영화.

'추신구라'하면 오랜 기다림, 밤을 틈탄 기습과 혈투, 다음 날 아침 피투성이의 비장한 행진과 전원의 명예로운 할복으로만 기억하던 나에게
야습의 비겁함과 허무한 죽음, 그리고 그 사건의 상업화라는 뒷모습을 보여주었달까.

사실 아코우번의 주군이 칼부림을 하게 된 이유도 어떻게 보면 매우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소자의 아버지처럼 말이다.


덧2. 에도 시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등장 인물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밖에 일본의 전통 풍습이랄지... 비가 오는 날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린 테루테루보즈 같은 것 말이다.

위에 Bitter Sweet님의 영화평에서 이미 많은 내용이 언급되었고, 나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내 나름의 감상을 추가해보련다.

영화 '하나'의 조연들


우선 영화는 빠르지 않은 템포,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안락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깃거리가 어떻게 보면 너무 잔잔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을 찾은 많은 관객이 잔잔한 가운데 숨어 있는 웃음의 단서들을 찾아내어 웃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한 줄 평에서 나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저런 잔잔한 웃음을 좋아하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서구 영화처럼 화끈한 이야깃꺼리는 없다.
그러나 모든 케릭터와 영화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고, 나중에 다른 이야기로 어울리게 되는 치밀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새삼 든 생각 중 하나가
일본의 경우 자신들의 과거(전통)을 문화 상품화하여 세계에 판매하기를 잘 한다는 것이다.

'기모노', '사무라이', '막부', '벗꽃', '테루테루보즈', '니혼가미(전통 머리 스타일)', '전통가면', '부채', '만주' 등 영화의 요소요소에 때로는 지나는 풍경처럼, 때로는 영화의 중심적 소재로 전통적 아이템들이 등장한다.

'자토이치', '사무라이픽션' 처럼 아주 사무라이가 주제가 되어 부각 되는 영화도 있고, 현대물의 경우도 영화 곳곳에 일본을 상징하는 것들이 강렬한 인상을 주도록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중국의 경우도 쿵푸나 의복/머리 모양, 경극 등이 문화 아이콘으로 번번히 영화에 등장한다.

오늘 본 '하루'에서도 벗꽃이 아름답게 흔날리고, 전통 축제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다 같이 연주에 맞추어 우물에서 물을 긷고, 비오는 날 테루테루보즈를 걸어 놓는 장면이 나올 때 마다, 약간의 시샘이 났었다.

우리나라도 '왕의 남자'던, '궁'이던, '천년학'이던... 다양한 영화에서 전통에서 소재를 찾아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덧: 네이버 영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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