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게도 원래 대상이 아닌 내가 꼽사리 껴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라는 작가도 알게 되고, 맛 있는 것도 먹은 꽤나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모딜리아니는 원래 내가 관심 있거나 잘 아는 화가는 아니다. 몽파르나스의 전설이라는 별칭이 붙은 화가라는데 개인적 성향으로는 아주 매혹적인 화가라는 느낌이 아니었다.
하지만, 35세의 나이로 폐렴에 걸려 젊은 나이에 생을 달리했다는 것과, 굉장히 많은 여자들과의 연애를 즐겼고, 31살 죽기 4년전 생애 마지막 연인인 17살 잔느 에뷔테른느를 만나 불 같은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4년간의 사랑 후 모딜리아니가 죽자, 여러 상황을 견디지 못 하고 뱃속의 둘째 아이와 함께 잔느 에뷔테른느가 자살을 했다는 것도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단순 예술가여서가 아니라 인물이 좋았군 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미남이었다.)
그리고, 잔느 에뷔테른느도 아주 어리고 미인이었다. 잔느도 화가였다고 하는데, 그녀의 눈에 모딜리아니가 얼마나 멋 있게 보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을 듣고, 준비되어 있는 연대표를 보니 모딜리아니는 살아 생전에 평론이나 일반인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돈 없는 유태인 화가로서 모델을 살 돈도 없고, 풍족하게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자신의 열정과 짧은 생을 인물화에 집중하여 일관되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것이 후세에 더 큰 평가를 받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좀 길다랗게 그린 얼굴과 나이를 먹을 수록 간결해진 선처리, 그리고 누드화를 그렸을 때,
당시로서는 드물게 신화적 요소를 배제하고 순순하게 여체의 나신이 드러내는 아름다움만을 화폭에 담으려고 했던 노력이 그를 남과 다르게 만들었고, 좋은 평가를 받게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 그림을 마주하고 계속 보다 보면, 누드화의 경우 정말 여체에만 집중하여 그 아름다움을 보게 만든다.
내가 원래 좋아하던 신회적 요소들, 장식적 도구들이 전혀 없다. 마냥 현실적 곡선들도 아니고 색감도 아니지만,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입체감이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연대기가 꽤나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35년간의 짧은 생이었기에 그를 위해 외우고 머리 속에 담아야할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작품을 보고, 이 작품은 몇 살쯤 그린 것이겠구나 예상해보고, 실제 연도를 보고, 연대기에서 다시 그 당시 그의 이야기를 확인해 보는 전시 관람이 꽤나 재미있었다.
이 같은 경험 떄문이었는지,
전시회를 나오며 떠오른 아이디어가
지금처럼 어떤 주제를 선정하여 그 화가의 작품들을 묶어서 전시회를 구성하는 것도 좋지만, 전시회의 시작 몇 일 또는 끝 몇일만이라도 주제에 맞춰 묶는 방식이 아니라, 작품을 만든 시간 순으로 작품을 전시해보는 것은 어떤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시간순으로 작품을 전시한다면, 더 그 화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또 어떻게 화풍이 바뀌어 왔는지를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여튼. 이제 곧 버스에서 내릴 시간이니
급 마무리 하련다.
오랜만의 전시회 관람이었고,
나중에 오면 아내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줘야지 하는 마음에 더욱 열심히 작품들을 살펴 봤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를 조금은 알게된 시간이었고, 무엇인가에 대한 일관된 관심과 노력이 그 사람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자리였다.
나도 내가 있는 위치에서, 지금 해야할 일과 해야할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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