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진행한 프로젝트의 이야기이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요구사항이 있었다. A를 조사해서, 조건1과 조건2를 만족시켜서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자료를 모았다. 자료1, 자료2, 자료3…… 많은 자료가 모이자, 그 것들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은 정리가 되지 않은 raw data를 주먹구구식으로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내가 정한 기준을 가지고, 데이터를 가지런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다 보여주고자 했다. 조건1이 그런 것을 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의 피드백은 내가 일을 잘 하지 못 했다는 것이었다. 데이터가 있다고 다 보여줄 것이냐며 데이터에 함몰된 나를 꾸짖었다.
그렇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많은 데이터를 검토했고, 그것을 읽어 머리 속에 넣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 이번 프로젝트를 이해할 수 있는 준비를 했고, 고객에게는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할거야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건2를 더 잘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어야 했다. 데이터에 함몰되다 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놓치게 되고, 큰 흐름을 못 보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번에 배운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자료를 검토할 때 얻고자 하는 것을 우선 정하고, 메모를 병행하면서 핀 포인트로 정보를 획득하라는 것이다. 목적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초기 조사가 너무 길면 시간만 많이 허비하고, 다시 그 자료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중요한 것들을 항목별로 정리해 가며 검토해야 두 번 일을 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자료에 함몰 되지 마라. 자료를 100% 믿어서도 안 되고, 자료가 있다고 전체 흐름을 바꾸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큰 흐름 속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천천히 자료들이 모여 큰 흐름을 조정해가야 한다. 세세한 것에 묻히면, 큰 것을 못 본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자료를 보는 것에서만 함몰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에도 함몰 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치게 특정 감정에 함몰되면, 내가 진정 느껴야 하는 감정이나, 해야 하는 생각과 행동을 못하게 되는 순간이 발생한다. 함몰이라는 말은 어쩌면 지나침과 일맥 상통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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