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ckr.com에서 'sprout'로 찾은 이미지
우리 아파트 입구를 나서면, "화단에 꽃씨를 뿌려놨습니다. 이쁘게 봐주세요."라는 식으로 새싹을 괜히 괴롭혀 죽이지 말고, 잘 돌봐달라는 문장이 써진 A4지가 몇 일 전 분명히 붙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집에 들어 오는 길에 보니까, 분명 1cm도 안되는 길이의 새싹들이었던 것들이 어느덧 내 한뺨 손 바닥보다 큰 잎사귀를 뽑내며 자라 있었다. 거참 바쁘게 살다 보니 그렇게 시간이 워프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도 못 눈치 챌 정도로 사회라는 RPG 게임에서 나는 정신 없이 살고 있다. 그러면서 '첫'이란 접두사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고 몇 번이고 생각한다. '첫사랑', '첫눈', '첫경험', '첫직장', ... 어느 단어 하나 사람을 설레게하고, 아찔한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런 것 같다. 게임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던전의 검은 장막을 걷어 내는 행동은 어떤 몬스터를 만날지 모르고, 어떤 함정에 빠질지 모르고, 어떤 이벤트를 겪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설레고, 아찔하고,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요즘 내가 겪는 일든은 모든 것이 '첫'이란 접두사를 사용해도 무방한 것들뿐이다. '첫 출근', '첫 퇴근', '첫 야근', '첫 심야 택시 이용', '첫 심야 택시비 청구', '첫 프로젝트', '첫 클라이언트와의 만남', '첫 인터뷰', '첫 갈굼', '첫 토론', ... 사실 거의 모든 것이 처음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익숙치 않아서, 긴장을 풀면 안된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어느 덧 두번째 경험을 하게 되는 순간 긴장을 놓고, 첫 실수라는 것을 만들어 내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직장 생활 재미있게 하고 있어?". 그럼 나는 수줍게 대답한다. "예, 모든 것이 처음이라 신기하기만 하네요. 그래서인지 다 재미있어요". 요즘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꽤나 바쁘고, 육체적으로 피로가 쌓일 것처럼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 포스팅을 쓰고 있는 시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월요일을 지나고, 화요일 새벽 3시경) 분명, 포스팅을 하고 자고 6시반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것이 대단하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은 이미 그렇게 했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아니까. 다만, 그렇게 듣기만 했던 것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을 따름이다. 다 처음이니까.
처음에 너무 무게를 두면 또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두번째 야근 부터는 짜증으로 다가 올테니까. 다만, 내가 좀 자신 있는 부분이 왠만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여 '첫'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어제의 야근은 '처음으로 프로젝트 관련해서 분담 받은 업무를 위해 혼자 늦게 퇴근한 것'이라면, 오늘은 '처음으로 팀원들과 같이 토론을 하며 늦게 퇴근해 봤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언젠가 나도 더이상 새로울 것을 못 찾아 '처음'이라는 말을 못 쓰게 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제 두번째 월급을 기다리는 상황에...(두번째 월급이라는 것도 나에게는 처음이다.)
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다. "요즘 뭐든지 처음 하는 것이라, 일이 힘들고 어려운 것을 떠나,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만 든다."라는 것.
J&B JET의 이미지 - 오늘 마신 양주라서 넣어봤다.
엇.... 내가 서론이 너무 길었네. ㅋㅋㅋ 아니지, 위 내용이 본문이기는 하다. 다만, 오늘 이런 포스팅을 하게 된 이유는 퇴근 후 11시에 샤워하다가 팀장님의 전화를 받고, 압구정으로 택시타고 날라가서 OO이라는 바에서 술을 마신 '첫'경험 때문이었다. 압구정으로 날라가는 택시 안에서 앞으로 내가 겪게 될 오늘 밤의 상황에 대해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보기는 했다. '오늘 클라이언트에게 깨지고, 내일 새롭게 발표자료를 준비하라고 한 것에 대한 팀장님의 화풀이에 동참'과 '이번 주에 이직을 하시는 하팀장님을 위한 자리에 양념처럼 느즈막히 뷸려온 신입사원으로 재미를 선사하는 것', 또는 '얼마전 친구가 말했던, 사회인이 되면 선배들이 챙겨 준다던 밤의 문화'... 사실 그 무엇이 되었던 처음 겪는 일이기는 했기 때문에 택시 안에서 여느 때처럼 '첫'이라는 접두사를 즐기고 있었다. 물론 내심 제일 마지막에 언급한 '밤 문화'라는 것을 기대해보기는 했다. ㅋㅋㅋ 하여튼, 집에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꼭 포스팅을 하고 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기에 졸립지만 글을 남긴다.
Darling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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