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

[xo] 욕심.

xonamjoong 2006. 3. 20. 01:56
첫눈에 반하다. 전 사실 첫눈에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것을 믿는 것도 안 믿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해 본 적이 없어서 믿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신중한 성격에 그것을 부인할 생각을 하지도 않았었죠. 또한 누군가에게 첫눈에 호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위력적인 것인지도 겪어 보지 않아서 몰랐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있는 것이 아주 편해, 내 가슴 속 한 귀퉁이를 언제 올지 모를 누군가를 위해 비워두어는 것은 안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높다란 벽을 쌓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생각을 안 했던 적도 있었고, 조금씩 무너져갔어도, 이성 속에서 그 벽의 언저리를 확실히 지켜가고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눈길을 빼앗기게 됐었죠. 그렇게 뚫린 구멍은 견고하리라 믿었던 이성적 벽도 무너뜨리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뭐가 되고, 계획을 세우고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바보가 되는 나를 막지 못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호감을 품은 대가가 되는 것이죠. 그냥 바보처럼 미소가 얼굴에 퍼지네요. 씨익. 그냥 차가운 피가 흐르는 줄 알았던 내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일단 기분이 좋네요.

첫눈에 반하다. 그 단 한번의 신선했던 감정을 꽤나 오래 잊고 지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그 감정을 내 것으로 하기 힘들어서 잊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난 오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니 그 신선했던 감정이 내 가슴을 뛰게 합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정인지 조금 알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괜히 욕심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