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

늦은 밤 집안 곳곳의 기억을 남긴다.

xonamjoong 2014. 4. 22. 00:25

가볍게 술을 마시고, 집에 왔다.


익숙한 풍경이 갑작스레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두 아이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녹치는 않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어느 덧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해 내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 하는 상황임을 새삼 많이 느끼고 있다.




내가 마냥 즐거웠으면 좋겠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많이 하고, 적당히 육아도 하고 싶기도 한데...

적당히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다.

하지만, 언제나 처럼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가 내릴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거다.

언제나 처럼.




지금 이순간 분명 소중하다.




내가 준 현대자동차 키즈 스티커북에 마냥 행복해 하는 선우.

스티커를 떼다가 마루에 차곡이 붙여 놓고, 몇날 몇일이 지나고 있는 우리집.




선준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더니, 형이 붙여 놓은 스티커를 발견하고,

어떻게든 떼어 보려고 했으나, 싼타페의 후드 부분만 조금 띠고는 결국, 집중력 흐려져서 다른 곳으로 또 기어갔던 날.




어느 덧, 아내와 내 책으로만 가득했던 책장에, 아이들책이 하나씩 밀고 들어 오기 시작하는 상황.

책이 비싸다며 항상 중고책을 열심히 찾는 알뜰한 우리 아내.




본격적으로 기어 다니기 시작한 선준이를 현관으로 나가지 못하게 구입한 울타리.

선우가 더 신나서 온 집안 시끄럽게 울타리의 소리나는 구슬을 돌리던 모습. 




하루하루, 두 남자 아이들 돌보느라, 지쳐가는 아내. 민경이.

자기 식사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 하는 초보 살림꾼. 가끔 들어왔을 때, 설거지도 못하고 아이를 재우다 잠든 아내를 보면.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걱정되고... 내가 추구하는 '적당히'의 기준을 계속 1클릭씩 수정하게 되는 상황들.





선우의 놀이방. 부셔진 에쿠스. 땡그랑 떙그랑. 핸디벨. 아기때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노는 국민 장난감들.

언제나 어지렵혀지고, 다시 담겨지고, 어지렵혀지고, 담겨지고...

집안의 가장으로써, 아내가 망설일 때 기준을 잡아주는 남편으로써...

아이들의 성장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의사 결정자로서 내가 잘하는 것인지...



아내가 아이처럼 좋아라 하며 샀던 기린.

기린이 무서워서 내 뒤로 숨었던 선우.

아내가 선우를 위해 사주고 싶어 했던, 축구공 모양의 선우 의자.

아내와 내가 드물게 신품으로 사준 어린 책상.




선우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귤.

귤에 붙은 스티커를 하나씩 떼어 베란다로 나가는 창문에 차곡차곡 붙이던 모습.

이제 귤 철이 지났건만, 때때로 귤을 찾는 선우.

그래도 언제나 차분히 설명하면 아빠, 엄마를 이해해주는 선우. 고마운 녀석.




100일때의 선우와 선준이. 지나고 나면 정말 어느 덧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지나가는 추억들은 순식간이란 생각이 든다.

여자처럼 이쁜 선우. 아토피 피부로 걱정이 많지만 토실토실한 선준이.




단돈 5000원에 선우와 선준이에게 아주 큰 행복을 가져다준 보행기.

선준이가 걷는 연습을 하게 해주고, 선우가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사진을 공부한 적이 없어서, 사진을 잘찍지는 못 하지만..

분명 저 사진들은 10년뒤에 나와 아이들에게 보물이 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할 말이 많다.

차분히 뱉고, 지우고, 다듬어 보고 싶다. 나의 생각을.



블로그를 다 하다니 아주 보람찬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