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

반복되는 일상은 기억되기 어렵다

xonamjoong 2009. 8. 14. 13:23
나는 일기는 아니지만, 매일 무엇을 했는지 기록해두는 것을 좋아한다.

일과표 또는 스케줄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일이 있기 전에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있은 후에 적는 일종의 log이다.

꽤나 오래전부터 이런 일종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음... 군대 있을 때부터였나?

군대 있을 때부터 매일 같이 무엇을 했는지 기록한 것은 아니다.

몇 달씩 바뻐서, 또는 게을러져서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기록을 하지 않은 기간도 많이 있다.




오늘도 이번 주 한주 동안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일과표를 채우고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과거를 더듬어 몇 일전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바로 어제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상은 기억되기 어렵다는...

하루하루 매일매일 반복되는 업무, 또는 식사 같은 생활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변화들을 기억할 정도로 소중히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생애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부분들이 기억에 남지 않는 순간들로 채워지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매 순간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멋지게 산다는 것은 욕심이다.

물론 매 순간이 찬란하다면, 사실 그 어떤 순간도 돋보이고 특별하지 않을 것이니까, 그것 역시 좋지는 않다.






그냥.

직장인이 되어, 하루하루를 예전보다는 더 조급한 마음에 살아가게 되면서,
어쩌면 기억에 남길 만한 순간들 마저 신경도 쓰지 못하고, 다른 언제나와 같은 무의미한 순간들로 만들어 써버리는 것은 아닌지...

시간을, 내 삶을 더 추억할 만한 것들로 만들 수는 없을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끄적여본다.






매 순간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1년을 단위로, 분기를 단위로, 한달을 단위로 뒤를 돌아 볼 때, 그 때는 이런 일이 있었지하고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내 삶을 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