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

[xo]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다.

xonamjoong 2005. 9. 5. 23:54
신학기. 기분 좋게 책을 샀다. 집에가서 읽어봐야지 마음 먹었다. 두권 7만원이었다.
오늘 취업과 관련된 설명회를 듣고, 약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과외를 하는 왕십리에 도착해서 지하철에서 내렸다. 열심히 과외를 하고 다시 왕십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내일 수업들을 부분 미리 읽어봐야지 하며 새로 산 책을 읽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문득 내 가방이 가벼운 것을 느꼈다. 이런, 아까 책을 놓고 내렸구나. 그다지 당황하진 않은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일로는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물건을 잃어버린다거나, 생각지 않았던 일이 일어난다는가. 그저 지나간 시간을 거꾸로 셈하며 그때의 상황을 더듬었다. 내가 지하철을 내렸던 시간, 타고왔던 차량의 위치. 2호선이 한바퀴 돌 때 걸리는 시간. 한 바퀴에 한시간 반으로 잡으면 두바퀴를 돌았을 때 운 좋으면 내 책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실물 센터에 전화해보니 이미 서비스는 끝난 시간이었고, 공익에게 물어보니 바로 말했으면 찾았을 텐데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왠지 책이 그자리에서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40분 정도 시간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내일 유실물로 들어오길 바랄 것인가 잠시 생각했다가, 어차피 집으로 가는 지하철인데 생각하고, 하나 하나 탔다가 내렸다가 하며 책이 있을 법한 것을 찾아 움직였다. 다행히 6번째 탐색하던 차량에서 깨끗한 나의 새책을 찾았다. 왠지 그럴 것 같았는데, 다행이었다.
언제 부터인가 항상 명석하게 굴던 내가 얼이 나갔다는 느낌이 든다. 물건도 자주 잃어 버리기 시작하고,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을 잊고 안하는 것도 자주다. 군대에서 화장실이나 사무실 소등은 항상 내 몫이라 할 정도로 꼬박 꼬박 불을 켜고 끄는 것을 잊지 않았던 내가, 요즈음 어머니가 자꾸 불을 켜놓고 돌아다닌다고 뭐라시는 것도 비슷한 일인 것 같다. 좀 긴장이 많이 풀린 듯 하다. 방학동안 너무 안이하게 지내서 그런가? 새학기 긴장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