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

[xo] 06/08/15 브레이크가 고장난 몸둥아리

xonamjoong 2006. 8. 16. 00:03

디스크브레이크


나의 몸은 잘 연마된 브레이크로 속도가 조정되어 왔다. 가속, 감속, 등속 내가 원하는 속도에 맞추어 내 삶의 페이스를 조절했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고 살아왔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달려온 발 자취를 보며 후회를 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잘만 작동되던 나의 브레이크는 터무니 없이 기능을 발휘하지 않기도 한다. 평소에 너무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하는 브레이크를 보며, 폭주라던가 통제불능 같은 비 정상적인 행위를 통해, 그런 것들을 동경하는 몸뚱어리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다.

중간 고사가 끝나고 하루 종일 푹신한 소파에 앉아 만화책을 통해 쌓였던 정보들을 청소해 버린 다던지, 쉼 없던 학기를 마치고 지치도록 생산성 없는 행동으로 방학을 탕진하는 행동들은 제대로 브레이크를 떼어버린 내 행동의 패턴이다.

오늘도 그랬다.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내일 모레 있을 코오롱 공모전 발표 자료 준비라던가, 부탁 받은 웹페이지를 만들기 위한 준비, 웹팀 스터디 준비, 그 외에 방학의 마무리를 위해 해야 할 것들. 하지만, 오늘도 내 몸의 브레이크는 작동하질 않았다.

또 한가지 감정의 속도 조절에서도 브레이크는 잘 작동하질 않았다. 오히려 경험상 봤을 때 감정은 말 한마디가 방아쇠가 되어 가속되기는 쉬워도 감속되기는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언제나처럼 잔잔하고 밋밋할 감정인데, 한번 휘젓기 시작하면 파동이 감정의 벽을 치고 돌아오며 결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 같다.

스쿠터를 몰 때도 브레이크는 내가 의식하고 사용하지 않겠다고 주의할 때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갑작스런 일이나 필요가 생길 때 작동하지 않으면 골치가 아프게 된다. 이 일기를 쓰며 내 스스로에게 바라건대, 내 몸뚱어리에 브레이크 기능이 돌아왔으면 좋겠다.